한국일상 | 출국 D-1. 우리동네 마지막 산책 - JH and BK

2018년 1월 26일 금요일

한국일상 | 출국 D-1. 우리동네 마지막 산책

쓰레기봉투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문득- "우리 동네도 이걸로 마지막인데 산책 한바퀴 돌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라스트 산책길-


3년반동안 열심히 다녔던 집 앞 마트.
이제는 로고송에 세뇌되어 슈퍼에 안 가도 흥얼 거리게 된다.
"구구구~ 구구구~ 구구구~ 구구구~ 롯데 마켓 구구구~🎶"


마트 건너편에 있는 <할매순대국>! 
체인점인데도 괜히 우리 집 앞의 가게가 가장 맛있게 느껴졌던건 기분탓인가...ㅋㅋ


너무도 익숙했던- 
하지만 앞으로 조금씩 잊혀질 풍경들.


그나마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3,900원 쌀국수 <월남선생>!
쌀국수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따금 생각이 나서 두어번 먹어본 것 같다.


그리고 왜 맛집인지 우리 부부만 도통 알 수 없는 <백채김치찌개>
7천원 주고 먹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라 한번 먹고 말았는데
우리가 안 가도 엄~청나게 장사가 잘 되는 가게다. 
미스테리하다...😨


동서울 대학교.
저 뾰족탑(?)은 내가 포켓몬고를 할 당시, 우리 동네의 유일한 포켓스탑이었기 때문에
지나갈 때마다 들러서 포켓스탑을 돌리던 장소였는데... 아련아련 


유턴 금지 표시가 생긴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우연히 어느 여학생이 유턴하는 차에 치이고 그 아래 깔린 사고현장을 목격했었는데,
그 뒤로 저 표지판이 세워지고 노란색 라인과 라바콘이 세워진 걸 보면
그 사건을 계기로 개선이 된 것은 확실하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 사람이 차 아래 깔려서 상반신 밖에 보이지 않았던 광경도 충격적이었지만
사람이 자기 아래 깔려있는데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미안한 기색조차 없어보이는 운전자가 더욱 더 충격적이었다.
얘는... 사람인가???


처음 생겼을 때는 '아니 이런 쌈박한 맛이!' 하며 감동했는데
어느샌가 발길이 뜸해진 <빽다방>

십년 넘게 먹어도 언제나 맛있는 <이삭 토스트>
사실 어려서 맛있던 것도 나이 들어서는 별로가 되는 일이 흔한데 (세상 온갖 맛난 음식을 맛보니까)
이삭은... 정말 궁극의 음식인지도 모른다. 


내가 복싱 다이어트를 배우러 가던 건물.
지금은 요가학원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오늘 본 이 동네의 모습도 내가 다시금 찾아왔을 때에는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애증의 <신전 떡볶이>...!!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떡볶이인데도 끊을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가게.

사연인즉,
치즈 떡볶이를 포장주문해서 집에 와서 풀어보니 치즈가 없는 일반 떡볶이를 주셨다.
그래서 전화를 하여 사건설명을 했더니 가게에 다시 오면 치즈를 주시겠단다.
아니, 우리집에서 가게까지 도보 15분이고 왕복이면 30분인데 너무하지 않나...-_-;;
솔직히 가게측 잘못이니 직접 가져다주시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오토바이 뭐에 쓰나여!!)

결국 치즈와 일반의 차액인 천원을 계좌입금해달라고 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벗뜨-
그 천원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영영 입금되는 일이 없었고-
까짓거 "고작 천원"이라지만 그래도 내 마음에 앙금이 생기기에는 충분했기에
그 후로 나는 혼자서 신전 떡볶이를 보이콧 하고 있다!! 흥칫뿡!!


다른 족발 가게들에 비해서 저렴한 가격이 좋았던 <귀한 족발>
하지만 요근래 문정동의 <조향 족발>에 꽂혀있다보니 여기를 많이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복정동 안에서는 이 족발이 최고인 것 같다.

그리고 저렴한 맛에 종종 찾게 되는 <피자스쿨>
아무것도 토핑되지 않은 순수한 치즈 피자를 넘흐나 사랑한다.


롯데999와는 다르게 우리집과는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있어서 자주는 어렵지만
그래도 종종 찾게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예전에 가게 안에서 병에 담긴 올리브 오일을 잘못 건드려서 깨트려 식겁했었는데,
제일 먼저 어디 다친 곳이 없는지 물어봐 주시고 
배상을 요구하거나 하는게 전혀 없으셔서 너무 감동을 받았었다. 🙏🏻


우리 집을 관리해주던 부동산.
집 주인이라는 분은 한번도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부동산에서 대신 관리를 잘 해주셔서 다행이다.

다음 세입자보다 우리가 조금 먼저 나오게 되어 전세금을 아직 받지 않았는데,
부동산을 믿고서 출국을 해보기로 한다.

그러니- 입금, 잘 부탁해용!! ☺️


육쌈냉면을 좋아하지만 가까이에 지점이 없어 아쉬웠던 우리에게 단비가 되어준 <삼대냉면>
여기도 냉면과 숯불고기가 함께 제공된다.

우리 부부는 맛있다며 여러번 방문했는데, 
정작 이 옆에 사는 친구네는 "거기? 맛 별로던데..." 라는 반응.
혹시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었나??


지하에 공영주차장이 생기면서 새로 깔린 산책로라서 보도블럭이 아직 새거새거하다.


호기심에 한번 먹어봤던 부대찌개 가게, 
사리가 무한 리필이라 먹어도 먹어도 부족한 젊은 학생들에게는 좋은 가게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사리 리필이 버거운 그런 나이...또르르.

두번 정도 먹었던 것 같은 꼬치구이 가게와
가격/서비스 모두에서 실망하고서 내가 두번다시 찾지 않았던 네일샵도 보인다.


<쌈마을 촌밥, 쌈촌> 
저렴한 가격에 정말 맛이 있는 가게다. 우리 부부의 페이버릿!!
친구 커플이 이 동네로 이사와서 맛있는거 먹으러가자고 했을 때에도 
이 가게로 데리고 갔던 기억이~🎶


학생들 방학 시즌이라 그런지
날이 추워서 그런지... 사람이 정말 없다.


한때 마비노기를 하기 위해서 남편과 함께 찾던 피씨방.
앉은 자리에서 남이 끓여주는 라면 받아먹는게 뭐그리도 맛나던지ㅎㅎ
밤새 피씨방에서 먹고 게임하다가 뜨는 해를 보면서 집에 돌아가던 기억도 난다.
금액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아이디로 남아있는 잔액이 있었을텐데....!! 😱


여름에 싼 맛에 과일주스를 먹고 싶으면 자주 애용하던 떼루와!
하지만 쥬시에 비해서 항상 적었던 메뉴에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했다.
요즘은 과일주스 장사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함께 팔고있는 아리랑 핫도그가 더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일본에도 아리랑 핫도그가 신오오쿠보에 생겼다던데,
여기에서는 저렴하고 소박하던 이 친구가 
바다 건너에서는 부티나는 친구가 되어버린 듯!
그만큼 가격 갭이 크다...ㅠ_ㅠ 우린 그냥 이 동네서 먹은걸로 만족하는 걸로 😭

그리고 그 위에는 남편이 맨날 "너 눈탱이 맞았어!"라고 놀리는 모 미용실-_-;;;
친구들이 그 머리를 23만원 주고 했냐면서 아주 깜짝 놀랐었다.
기장 추가를 안하려면 남자같은 숏컷이어야 하고... 
정액권 충전한걸 한큐에 탕진하게 하고선 다 썼으니 또 정액권 결제하시라며 권유하고... 
진짜 돈독 오른 미용실 같다.
카카오헤어로 옮기고 훨씬 만족ㅠ_ㅠ


요즘 한솥데이를 꼬박꼬박 챙겨먹어가며 애용했던 <한솥 도시락>
특히 생각 날 것 같은 메뉴는-
오늘의 할인 메뉴라서 큰 기대없이 한 번 먹어봤다가 빠지게 된 카레 돈가스-
그 맛에 너무 늦게 눈 뜬 것 같아서 아쉽다.
질리게 먹었지만 아직 질리지 않은(?) 불고기 비빔밥 메뉴도 최고!


해질 무렵이라 사진들이 어둑어둑~


내가 최고로 손꼽는 부대찌개 가게, <신의주 부대찌개>
일반적인 부대찌게와는 다르게 채썬 파와 고기의 조화가 너무 좋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오뎅볶음도 어찌나 맛있는지 매번 리필하게 된다는!


월간 피자, 그래도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 중 가장 새 가게(?)축에 든다.
맛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내 안에 저렴 피자 랭킹에서는 피자스쿨을 이길 수 없는 듯하다.


예전에 주민센터 근처에 멀리 있을때는 짬뽕 국물과 수타면발이 먹고파서 종종 찾았었는데
의외로 집 가까이 확장이전을 하고서는 이전만큼 자주 찾지 못했다.
수타 면발이라 굵기가 일정치 않고 투박한 느낌이 새로워서 좋았다.
짬뽕은 국물이 맛있었던 것 같다.
찹쌀 탕수육도 맛이 꽤나 있었는데...근데 너무 비싸서 섣불리 먹기 힘든 부르주아 메뉴.

결국 우리는 만리장성에서 셋트메뉴 시켜먹을 때가 가장 맘 편한듯ㅋㅋ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
하지만 오늘은 마지막 산책이니까 여기를 지나쳐 다른 골목길로 빙 둘러 가본다.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치느님!
뼈 있는 치킨은 썩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여기 치킨은 맛있고 싸서 용서가 된다.
KFC에서 15년 치킨 튀긴 경력이 있다고 내부에 씌여있는 플랜카드가 인상적이다.




앗, 저 고양이는...!!!
길고양이 같은데 평소 이 치킨 가게 앞을 항상 지키고 앉아 있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고양이도 치킨 냄새 좋은 거는 알아보는 모양이다.

오늘은 어린 친구들이 맛있는 걸 가지고 있는지 저 가방에 관심을 마구 보이며,
아가들 옆에 가서 부비부비 애교를 열심히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수확이 없자 쿨하게 돌아선다.
그리고 기지개를 쭈욱~!!!

귀엽다... 뭔가 주고 싶다...
그런데 너를 만날 때마다 왜 나는 빈 손인걸까??!! 😭


연말에는 일루미네이션 장식, 여름에는 바닥분수가 나오는 광장!


고가도로에 가려져 아쉽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보는 노을도 꽤 봐줄만 하다.


대형마트 계열사 슈퍼들이 판을 치는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일반 슈퍼의 명맥을 잇고 있는 <동산 마트>


이제 집으로 되돌아간다. 
마지막 귀가길...이라고 부르니 왠지 서글퍼지기도 하고 센티멘탈해진다.


이름은 카페이지만 치킨도 판매하신다.
초반에 많이 먹었었는데- 간장치킨이 맛있었다.
신사호프가 생긴뒤로는 방문한 적이 없어서 왠지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처음 이 동네에 이사를 왔을 때-
이 자리에 "복정도서관 예정부지", 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는 것을 보면서 정말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몇년이 지나도 그 공사, 시작 할 줄을 모르더니....;;
이제서야 느지막히 시작했는데 완공이 내년이란다. 크으~
덕분에 그동안 저 멀리 수정도서관까지 등산하느라 힘들었다. (셀프토닥)


여기만 가면 먹고싶은게 뭐 그리 막 생겨나는지-
우리를 흥청망청하게 만드는 요 요물~ 편의점!!

천원짜리 고기 고로케는 저렴하고 배부른 너무 좋은 간식이었고,
요즘 겨울철이라 군고구마도 판매하는데 이것도 정말 좋아하는 메뉴였다. 🍠


맞은 편에 국제학교 선생님들이 살고 있어서 종종 창밖으로 외계어(...)가 들려오기도 했더랬지.


코인 빨래방! 
가깝다보니 주 이용시간이 늦은 밤이나 새벽이었는데
노트북을 챙겨가서는 빨래 돌리는 동안 동영상을 보곤 했다.


하지만 여름밤은 모기와의 전쟁, 겨울밤은 추위와의 전쟁이었던 기분이 든다ㅋㅋ

정리하면서 다시금 사진으로 보니 참- 좋다.
추억이 많은 동네다.

매우 추운 날씨 였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마지막 산책!

정말로 이제는 안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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